원종윤 메이커가 그의 레고 작품들과 둘러앉아 레고 사랑을 드러내고 있다.

레고로 자격루·거북차 만들어요

원종윤 메이커는 2016년 자격루 디지털 시계를, 2017년 거북차 가습기를 만들었다. 레고로 말이다. 창작한 작품 외에도 그가 수집하고 조립한 레고만 200세트가 넘는다. “레고 동호회에 고수가 너무 많아서 부끄럽다”며 겸손해했으나 인터뷰할 가치는 차고도 남았다. 자택으로 직접 찾아가 원종윤 메이커와 그의 손으로 완성된 레고 작품들을 만났다.

원종윤 메이커가 그가 아끼는 버킷 휠 엑스케베이터를 들고 미소짓고 있다.

원종윤 메이커가 그가 아끼는 버킷 휠 엑스케베이터를 들고 미소짓고 있다.

‘레고 테크닉’이라는 모델을 자주 사용하신다고요. 레고 테크닉과 일반 레고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테크닉은 기존의 위쪽으로만 하나하나 쌓는 개념의 레고가 아닙니다. 옆으로도 쌓고 볼트-너트와 같은 개념의 브릭도 있는 데다가 기어와 모터를 돌리는 재미도 있죠. 튼튼하기까지 하고요. 전공을 전기과로 나온 공대생이다 보니 이런 위주로 재미가 붙어서 일반 모델보다는 테크닉 위주로 많이 사요.

  • 레고 테크닉: 1977년 레고 디자이너들이 이전보다 정교한 레고 모델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야심찬 꿈을 실현하기 위해 새로이 만들어낸 조립 시스템. 실제 세계의 자동차를 기반으로 개발된 기어·모터 등의 실제 구동 장치를 이용해 고급 레벨의 실사판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참고: 레고 공식 홈페이지)

레고 크리에이터 제품도 많이 보이네요. 이에 관해서도 설명 부탁드려요.

레고 크리에이터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의 세트를 가지고 조립법을 달리해 세 가지 모델을 만드는 ‘3 in 1’ 그리고 15세 이상부터 다루는 고급스러운 ‘엑스퍼트’로 나뉘어요.
레고 크리에이터는 이름부터 창조자라는 뜻이잖아요. 말 그대로 다양한 형태로 마음껏 만들어보면서 조립기법이라든지 창작의 영감 같은 걸 얻을 수 있어 좋아요.

  • 레고 크리에이터
    ▲크리에이터 3 in 1: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자동차, 집, 비행기, 로봇, 상상 속 동물 등 다양한 세트들을 여러 가지 조립 방법으로 만들어볼 수 있는 시리즈. 하나의 제품으로 각기 다른 3가지 모델을 조립할 수 있어 조립의 즐거움을 다양하게 느낄 수 있다.
    ▲크리에이터 엑스퍼트: 복잡한 기능과 정교한 디테일을 이용한 고급 수준의 기술을 요하는 브릭. 모듈러 건물부터 클래식 자동차, 세계의 기념물, 놀이공원까지 흥미로운 이야기와 유머 감각을 갖춘 세트들이 시각적 만족감과 함께 즐거운 조립 체험을 선사한다.
    (참고 : 레고 공식 홈페이지)

위 라인업 중에서 가장 재미있다고 느낀 건 무엇이었나요?

원종윤 메이커가 조립한 레고 테크닉.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굴삭기, 볼보 휠로더, 모바일 크레인, CLAAS 엑서리온, 24시 레이스 카(B), 사륜구동 크롤러 (사진=원종윤)

원종윤 메이커가 조립한 레고 테크닉.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굴삭기, 볼보 휠로더, 모바일 크레인, CLAAS 엑서리온, 24시 레이스 카(B), 사륜구동 크롤러 (사진=원종윤)

레고 테크닉 중 버킷 휠 엑스케베이터(굴착기, 모델번호 42055)라고 석탄 캐는 기계가 있는데요. 의외로 재미있었어요. 느리다니 어쩌니 해서 평이 매우 안 좋았거든요. 그랬지만 석탄 레일도 움직이고 회전도 할 수 있는 등 갖가지 기능이 많아서 좋더라고요.

이밖에도 테크닉 굴삭기(42006), 볼보 휠로더(42030), 모바일 크레인(42009), CLAAS 엑서리온(42054), 24시 레이스 카(42039), 사륜구동 크롤러(9398) 등등 애착이 가는 것들은 정말 많아요.

첫 창작물인 자격루 디지털 시계는 어떻게 만들게 됐나요?

원종윤 메이커의 2016년작 자격루 디지털시계. 라즈베리파이로 만든 LED 디지털시계가 반짝이고 있다.

원종윤 메이커의 2016년작 자격루 디지털시계. 라즈베리파이로 만든 LED 디지털시계가 반짝이고 있다.

원래는 라즈베리파이로 뭘 만들어볼까 했던 게 어쩌다 여기까지 온 거예요. LED를 깜빡거리는 걸 해보려니까 디지털 시계를 만들어봐야겠다 했고 시계를 구현할 수 있는 제품을 찾다 보니 레고와 결합해봐야겠다는 생각에마저 다다른 거죠.

처음부터 자격루 모양을 내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그냥 디지털 시계 프로토타입 형태로 만들었는데 밋밋하잖아요. 지켜보다가 어느 날 생각이 딱 났어요. ‘디지털 시계인데 콘셉트는 옛날 시계로 가져오면 좋겠다. 그렇다면 자격루다!’ 하고요. 그래서 시간 알려주는 사람들도 움직이게끔 하고 기왓장도 올려서 자격루 디지털 시계를 만든 거예요.

거북차 가습기는 또 어떡하다 만들 생각을 했는지 궁금한데요.

원종윤 메이커의 2017년작 거북차 가습기

원종윤 메이커의 2017년작 거북차 가습기

거북차는 자격루와는 다르게 시작부터 거북차를 만들고 싶어서 출발한 케이스예요. 그런데 거북선 하면 입에서 연기든 뭐든 나와야 하잖아요. 어떻게 할까 하다가 ‘가습기에서의 김이 그런 식으로 나오니까 아예 가습기와 붙여보자!’ 생각했죠.

당초에는 노 젓는 것만 생각했다가 그렇게 가습기를 추가했고 이후에는 소리도 넣어보고 싶어서 버튼을 누르면 대포 소리가 나오게 했어요. 그래도 심심하니까 전등도 밝혀야지 해서 대포에 무지갯빛으로 불이 나오게 더했습니다. 리모컨으로 조작하는 기능도 넣었고요.

참고로 거북차 가습기는 저 혼자 만든 게 아니라 회사 동료들과 함께 만들었어요. 최정 수석님, 박승훈 수석님, 이동우 선임님의 도움에 늘 감사해요.

거북차가 입에서 김을 뿜어내고 있다.

거북차가 입에서 김을 뿜어내고 있다.

블로그 업로드 주기가 정말 꾸준하던데 며칠 간격으로 조립하는 건가요?

원래 목표는 월에 하나씩은 조립하자는 거였어요. 블로그를 보면 알겠지만 한 달 정도만 빼고는 계속 그리했었죠. 그런데 최근에는 목표치를 넘어 2주에 한 번 정도씩 하는 것 같아요. 이것들이야 대부분 기성품이고 순수 창작은 연 1회 정도 했다고 봐야죠.

그렇게 자주 만들면 매달 비용이 얼마나 드나요?

비용은 최대한 아껴서 사고 있어요. 레고 전문 인터넷 카페에 나오는 매물이 제일 싸서 거기를 주로 이용하거든요. 직접 판매하는 걸 구매하기도 하고 어디서 누가 할인한다더라 정보가 올라오면 그곳에 가서도 사고요.

레고로 메이커 활동을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온 까닭이 궁금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할 줄 아는 게 없어서예요. 메이커 페어에 가면 사람들이 재주가 참 많잖아요. 레이저 커터도 쓰고 3D 프린터도 쓰는데 저는 사용할 줄 모르거든요. 저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게 레고더라고요. 레고만으로도 웬만하면 다 원하는 대로 구동이 되니까 응용하기에도 매우 좋죠.

원종윤 메이커가 그의 레고 작품들과 둘러앉아 레고 사랑을 드러내고 있다.

원종윤 메이커가 그의 레고 작품들과 둘러앉아 레고 사랑을 드러내고 있다.

올해에는 메이킹과 관련한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요?

새로 만들기는 어려울 것 같고 지금의 자격루와 거북차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갈까 해요. 제가 지금 IT 기업에 13년째 근무하면서 B2B IT 시스템 구축도 해봤고 지금에 와서는 운영 파트를 도맡아 하고 있는데요. 두 분야를 모두 경험해보니 새로운 시스템의 구축 못지않게 운영 혹은 고도화 작업도 중요하더라고요. 인생의 큰 프로젝트인 결혼도 구축으로써 중요하지만 출산·육아 등 가정생활의 고도화도 역시 중요한 것처럼요. 그래서 2018년에는 레고도 고도화에 집중해보겠다는 생각이에요. 제 일이 운영이다 보니 이런 욕심이 더 드는 것 같기도 하네요.

그렇다면 그 고도화는 각각 어떤 형태로 해낼 계획인가요?

사실 지금의 제 자격루는 본래 자격루의 절반만 구현한 거예요. 물 항아리 부분이 없이 북 치는 장치까지만 있죠. 그래서 물로 시간을 재는 나머지 절반도 모두 만들어보고 싶어요. 항아리마다 물이 차오르는 것처럼 해보려 하는데 어떻게 할지는 고민 중이고요.

원종윤 메이커가 올해 완성하고자 하는 자격루의 완전체(사진=원종윤)

원종윤 메이커가 올해 완성하고자 하는 자격루의 완전체(사진=원종윤)

거북차는 지금 문제가 바퀴만 있지 움직이지를 못해요. 무게 계산을 잘못 했더니 만드는 도중에는 갔는데 머리를 얹는 순간 멈추더라고요. 이걸 기차로 만들까 배로 만들까 먼저 궁리 중이에요. 기차로 만들려면 위에 전선도 있어야 하고 배로 만들자니 물에 뜰까 걱정돼 호버크래프트 쪽도 알아보고 있거든요. 메이킹 하면서 별의별 개념들을 많이 배우는 것 같아요.

※본문에 담긴 레고 모델들은 원종윤 메이커의 블로그에서 사진과 영상으로 더 자세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