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사이클링으로 재활용품에 새생명 불어넣어요”

재활용품에 새 생명 주는 업사이클링 아트유도영 작가 인터뷰

리사이클링이 아니라 업사이클링이다. 쓰레기를 재활용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들을 예술작품으로 한 단계 끌어올린다는 의미다. 유도영 작가가 주로 하는 업사이클링 아트란 이런 형태로 조금씩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유도영 작가는 현재까지 업사이클링으로만 무려 500여 작품을 내놨다. 그가 소화하는 재활용 재료들은 폐가전제품부터 일회용 생필품 거기다 바다에서 주워온 목재들까지 다양하다. 박지성 뺨치는 그의 활동량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의 작품세계를 만났다.

업사이클링 작품을 만드는 유도영 작가

업사이클링 작품을 만드는 유도영 작가

재활용품을 이용해 작품을 만들던 기존 사례들과 업사이클링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이전까지는 쓰레기를 오브제로 활용하면서 그 쓰레기의 이미지를 갖고서 우울한 이야기들을 많이 해왔어요. 그러나 업사이클링은 버려진 소재에다 오히려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예술이라고 이해하면 돼요. 제가 처음 붙인 주제도 ‘RE-BORN’ 즉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였고 실제로도 생명체를 주로 다뤘거든요. 쉽고 편안하게 이해할 수 있으니까 여러 사람이 좋아하죠. 앞으로도 이렇게 대중들과 소통하며 예술을 하고 싶어요.

서울생활용플라자 1층 전시관에 자리 잡은 유도영 작가의 설치작품.

서울생활용플라자 1층 전시관에 자리 잡은 유도영 작가의 설치작품.

다만 업사이클링을 할 때 주의할 부분은 있어요. 작품 중 일부를 보면 소재만 재활용품을 썼지 만든 건 그저 특정 동식물 따위의 모방에 그친 경우가 있거든요. 그 정도로는 부족하죠. 제가 만들었으면 해당 사물이 주제라 해도 기존의 이미지를 비트는 작품을 내놨을 거예요. 그러면 창조적인 면으로 더 어필이 가겠죠. 똑같이만 만들면 의미가 없어요. 작가가 작품을 매개로 어떤 생각을 표현하고 보여줄지가 중요해요.

서울새활용플라자에 1층 로비에 전시된 유도영 작가의 설치작품. ‘내가 1년 동안 버린 1회용품은 얼마나 될까?’

서울새활용플라자에 1층 로비에 전시된 유도영 작가의 설치작품. ‘내가 1년 동안 버린 1회용품은 얼마나 될까?’

작품을 보면 재활용품에서 얼굴을 찾아내 만든 것들이 많아요.

보통 작업할 때는 기획 즉 아이디어 구상과 스케치를 먼저 하고서 그에 맞춰 만들어가잖아요. 업사이클링을 시작하면서는 살짝 달라졌어요. 스케치 없이 재료들을 우선 분해하는 중에 무슨 형태가 보이면 그때부터 보인 대로 하나씩 짜기 시작하는 거죠. 해체하는 과정이 곧 스케치인 거예요.

예를 들어 원재료의 모양새를 보니 오징어처럼 생겼어요. 하면 그 순간부터 이 작품은 오징어로 출발한다는 말이죠. 스케치를 먼저 해서 억지로 짜 맞추는 대신 자유롭게요. 그렇게 창의력을 살려서 독특하고도 재미있는 형태를 자꾸 조합해요.

유도영 작가의 작업실 한 면을 수놓은 작품들. 여러 CD-ROM을 모아 십이지의 동물들을 만든 시리즈가 눈에 띈다.

유도영 작가의 작업실 한 면을 수놓은 작품들. 여러 CD-ROM을 모아 십이지의 동물들을 만든 시리즈가 눈에 띈다.

재활용품에 생명을 부여한다는 말마따나 작품들을 보면 생기와 따뜻함이 느껴져요.

작품이 정감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제가 본래 전공이 순수회화가 아니라 일러스트레이터였고 동화책 삽화가로도 20여 년간 활동했거든요. 그게 업사이클링에도 고스란히 반영된 듯해요. 주로 동물을 많이 만들고 동화책과 시집처럼 따뜻한 문구나 정서도 같이 녹여내죠.

그래서인지 캐릭터가 재미있다고도 해요. 대량생산해서 캐릭터 사업을 하자는 제의도 받았는데요. 거기까지는 아직 너무 큰 욕심 같아서 지금은 제 작품 활동만으로 만족해요.

나무로 만든 강아지 작품의 코 끝의 필라멘트가 불을 뿜고 있다.

나무로 만든 강아지 작품의 코 끝의 필라멘트가 불을 뿜고 있다.

폐가전제품 외에 다른 재료를 써서도 작품을 만드나요?

처음 작업을 시작하던 2~3년 전에는 폐가전제품으로 시작했죠. 최근에는 굳이 재료를 국한하지 않아요. 갖가지 소재로 원하는 주제에 대해 의뢰가 오면 거기에 맞게 작품을 만들죠. 일회용 종이컵이랑 비닐봉지를 갖고서 서울새활용플라자 1층에다가 설치작품을 만들어 전시한 예도 있고요.

제주도에 가면 나무들이 바다로 떠내려오면서 물살에 깎여 동그래지고 소금기를 머금어서 딱딱해진 목재들이 있어요. 똑같이 생긴 게 하나도 없고요. 가볍고도 단단해서 다루기도 좋거든요. 그래서 제가 이걸 또 주워 와서 공예품 비슷하게 작업하는 중이에요. 우리나라에서는 아마 제가 처음일걸요.

유도영 작가의 작업실 한 면을 수놓은 작품들. 바다에서 주워 온, 물살에 유려하게 깎인 나무들이 주재료다.

유도영 작가의 작업실 한 면을 수놓은 작품들. 바다에서 주워 온, 물살에 유려하게 깎인 나무들이 주재료다.

재료는 주로 어떻게 수집하나요?

재료 수집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죠. 예전에는 쓰레기장을 뒤지면서도 찾아봤는데 쓸 만한 게 없어요. 있대도 찾아내서 일일이 세척하고 다듬자면 그러느라 손이 더 가거든요.

지금은 서울새활용플라자 지하 1층에 소재 은행이 생겼어요. 거기 내려가서 작가가 어떤 재료가 필요하다고 하면 구해주죠. 그러면 그걸 저렴하게 사서 작품으로 만드는 거예요. 아까 말한 1층의 설치작품도 거기서 재료를 얻었고요.

유도영 작가가 애용하는 소재은행에는 플라스틱부터 거대한 목재까지 갖가지 재료들로 가득했다.

유도영 작가가 애용하는 소재은행에는 플라스틱부터 거대한 목재까지 갖가지 재료들로 가득했다.

 

 

어디서 구해오느냐보다 중요한 건 남들이 버리는 쓰레기를 내가 작품의 재료라고 느껴서 써먹는 자세예요. 남들과 다른 시선, 남들보다 넓은 시야로 재료를 마주해 작품으로써 탈바꿈시키는 거죠. 거리를 지나다가도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가서도 눈에 띄면 챙겨오는 거예요. 그러고서 의미를 부여하면 돼요.

업사이클링 작가로서의 활동은 언제 어떻게 시작했는지요?

3년 전에 갤러리팔레드서울에서 신진작가 공모전을 열었는데 거기에 제가 업사이클링 작품들을 내서 당선됐어요. 그리고 2015년 10월에 개인전을 열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했죠. 그런데 처음에는 업사이클링 작가라는 이름으로 공식 발표를 할까 말까 고민이 많았어요.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고 해서 너무 튀기보다 무난하게 가고픈 마음이 살짝 들었던 거죠.

 

그래서 전시 시작 이틀 전에 제가 큐레이터님에게 말했어요. “업사이클링은 달지 말고 그냥 오브제 작품 만드는 작가라고 하면 안 되냐.” 그랬더니 큐레이터님은 단호하더라고요. “왜요? 넣어야죠. 당장 사람들이 안 알아준다고 왜 굳이 평범한 타이틀로 돌리려 하세요? 밀고 가세요. 충분히 가능성 있으니까요. 남들이 안 하는 거잖아요. 업사이클링 작가라고 독보적으로 나설 기회예요. 그렇게 나가라고 저희는 뽑은 거고요.” 이 말에 저는 알겠다고 했죠. 그랬더니 큐레이터님 말씀대로 계속 제가 이목을 받더군요.

낡은 보드판이 나비로 재탄생한 작품. 더듬이 끝에서 형형색색의 LED 불빛이 뿜어져 나온다.

낡은 보드판이 나비로 재탄생한 작품. 더듬이 끝에서 형형색색의 LED 불빛이 뿜어져 나온다.

결국 이게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어요. 지금도 그때 해준 말씀이 생생하게 기억나요. 어떻게 보면 큐레이터가 곧 예술가들을 키우는 전문 기획자잖아요. 첫 전시를 마치고 1년 뒤에 고맙다고 말씀을 드리러 찾아도 뵀죠. 여전히 당시에 힘을 준 일에 대해 늘 감사해요.

최근에는 문래청소년수련관에서 개인전과 더불어 교육도 열더라고요.

작품을 전시하면서 교육용으로도 좋겠다는 말들을 들었어요. 해봤더니 생각보다 반응이 좋더라고요. 사실 교육하면서 오히려 제가 아이들한테 배울 때가 많아요. 특히 5~6세 어린이들과 함께할 때 보면 아이들 작품들이 정말로 더 좋아요. 그 아이들의 창의력에 제가 한 방씩 먹거든요. 어떻게 저기 가져다 붙일 생각을 하지? 감탄할 때마다 절로 희열이 오더라고요.

간혹 과학 선생님들도 와요. 로봇을 제작하더라도 흔히 상상하는 디자인으로만 꾸미면 질리잖아요. 그렇게 말고 획기적이고도 재미난 소재로 해보고 싶은 사람들이 프로젝트를 꾸려서 저한테 찾아오는 거예요. 그렇게 과학자분들과 협업하는 일이 있죠.

유도영 작가가 어린이 대상의 교육을 준비하기 위해 재료를 다듬고 있다.

유도영 작가가 어린이 대상의 교육을 준비하기 위해 재료를 다듬고 있다.

 

 

사람들에게 업사이클링을 피부에 더 닿게 하려면 결국에는 같이 만들면서 느끼는 체험이 중요해요. 눈으로 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만지고 참여할 때 사람들도 훨씬 좋아하고 교육적인 측면에서의 효과도 크더라고요.

앞으로 새로이 하고픈 프로젝트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꼭 해내고 싶은 게 하나 있는데요. 예전에 TV에서 이런 영상이 나왔어요. 체육관 한복판에 산더미같이 재활용 재료들을 모아놨고 거기를 아이들이 원을 지어 빙 둘러앉았더라고요. 그 주위로는 각기 다른 예술가들이 있었고요. 그러고서 만들라고 신호를 보내니 아이들이 재료들을 챙겨와서 이것저것 만드는 거예요. 알고 보니 이게 샴푸를 만드는 해외의 모 기업에서 주관한 캠페인이었고 실제로 작품들이 본사 로비에 전시됐다더라고요. 보자마자 저도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저 샴푸 기업처럼 대기업과 협업이 잘 돼야 하겠지만요.

또 앞으로 제가 더 잘 되면 한국을 대표하는 업사이클링 작가로서 한 달 동안 외국에 나가 프로젝트를 하고 싶어요. 그곳을 둘러보고 재료들을 모아서 거기에다 설치작품을 세우는 거죠. 이왕이면 한국적인 작품으로, 외국 사람들이 그걸 보고 좀 특이하다고 느끼게요. 그냥 보자마자 한 번에 이해하고 넘어가는 대신 다시 들여다보고 생각하게 하는 정도라면 좋겠어요.

유도영 작가는 언제나 각종 재료들 그리고 그것들로 만든 작품들과 어울려 산다.

유도영 작가는 언제나 각종 재료들 그리고 그것들로 만든 작품들과 어울려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