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메이커] “노래하는 개구리 합창단 만들었어요”

엄지 메이커와 임성흠 메이커로 구성된 팀 크랩소시지는 간단하지만 매우 재미난 아이디어로 지난 메이커 페어 서울 2018에서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아두이노와 기울기 센서를 이용해 물 위에서 개구리가 화음을 이루며 노래하게 만든 프로젝트 ‘개굴개굴개구리 노래를 한다’(이하 개굴개굴개구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크랩소시지는 앞으로도 자연을 소재로 하는 메이킹을 재미나게 펼쳐 보이는 콘셉트를 표방하고 있다. 임성흠 메이커와 엄지 메이커를 만나 작은 아이디어 하나가 멋진 작품으로 거듭난 이야기를 들었다.

귀여운 개구리 안에 엄청난 것이 있다.

귀여운 개구리 안에 엄청난 것이 있다.

개굴개굴개구리의 기본 원리를 먼저 간단히 소개해주겠어요?

엄지: ‘개굴개굴 개구리 노래를 한다’는 물에 파동을 일으켜 물 위에 떠 있는 개구리를 반응시키면 개구리가 각기 다른 소리를 내며 노래를 부르는 인터랙티브 콘텐츠예요. 개구리 하나하나가 각자 달리 울면서 합창단처럼 화음을 만드는 작품이죠. 개구리 안에 기울기 센서가 있어서 파동이 없을 때는 가만히 있다가 그 센서가 물이 흔들림을 감지하면 소리를 내는 시스템이에요.

이런 작품을 만들고자 한 동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엄지: 기존 인터랙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터랙션 방식을 찾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예요. 보통 인터랙티브에 관한 작품을 보면 센서에 손을 올리든 카메라 앞에서 무언가를 하든 매개체가 기계적이고 인공인 경우가 많잖아요. 하지만 우리는 그 대신 물처럼 자연적인 매개체를 이용해서 인터랙션을 하도록 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여러 자연물 중에서 뭘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떠오른 장면이 바로 연못에서 노래를 부르는 개구리의 모습이었죠. 그래서 만들어보게 되었어요.

개구리의 화음은 어떤 방식으로 만들고 조합시켰나요?

임성흠: C장조 3화음인 도-미-솔을 선택해서 처음부터 이를 중심으로 음정을 잡아 작업했어요. 그랬을 때 두 개 이상이 흔들려도 같은 화음 안에 있으니 이상한 불협화음의 느낌은 없더라고요.
이 화음을 중심으로 소리는 제가 직접 녹음한 음으로 개구리 한 마리마다 집어넣었어요. 목소리를 약간 익살맞게 변조해서 음정이 불안하다 할지라도 자연스럽고도 웃기게 들리게끔 했죠. 미니언즈 같다고들 많이 하더라고요. (웃음)

기존에 공개된 소리를 쓰는 대신 따로 녹음을 굳이 한 이유가 있나요?

엄지: 일단 재미를 위해서고요. 원하는 소리를 못 찾아서기도 했어요. 우리는 우선 합창단이라는 콘셉트를 생각했으니까 합창단이면 화음을 맞춰서 각 파트대로 노래를 불러야 하잖아요. 이 때문에 화음을 넣으며 직접 녹음해보자고 한 거죠.

개굴개굴개구리의 초기 제작 과정(사진=크랩소시지)

개굴개굴개구리의 초기 제작 과정(사진=크랩소시지)

크랩소시지라는 팀명을 어떻게 지었는지도 매우 궁금해요.

임성흠: 우리가 게임을 할 때 아이디나 닉네임을 만들어서 사용하잖아요. 저는 크랩맨이라는 아이디로 오래 활동했고요. 엄지 님은 닉네임이 어육소시지예요.
엄지: 어육소시지를 좋아해서요. (웃음)
임성흠: 그 두 개를 앞뒤로 합쳐서 팀 이름을 만들어보자고 해서 크랩소시지가 나온 거예요.

둘은 무엇을 계기로 한 팀이 돼서 프로젝트를 시작했나요?

임성흠: 저도 엄지 님도 직장인인데 저녁 시간에 취미로 2개월 과정의 미디어아트 수업을 신청했고 그 자리에서 처음 만났어요. 매 주 한 회씩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미디어아트를 배웠는데요. 마지막 과제로 각자 팀을 이뤄서 하나씩 메이킹을 해오라는 게 있었어요. 그때 우리가 처음으로 개굴개굴개구리 프로토타입을 선보였죠.

설계하고 제작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어떤 부분에 있었나요?

엄지: 사실 기계를 물에 넣는다는 것 자체가 걱정이 많이 됐어요. 기계니까요. 우리가 초창기에 만든 건 제대로 떠 있지를 못했거든요. 예전에는 플라스틱판 아래에 스티로폼을 붙이는 식이어서요. 그렇지만 이번에 개구리 모양 튜브를 가져오면서 다행히도 보완이 잘 됐어요.

임성흠: 처음 방식으로는 만들어봤더니 물 위에서 흔들렸다 하면 기울어져서 곧장 전복되더라고요. 그런데 작품 속에 아두이노도 들어 있고 배터리도 들어 있으니까 방수에 신경을 엄청 써야 하잖아요. 물이 새어들지 않게 하는 데 많이 고민해서 이를 처리하는 과정이 제일 힘들었어요.

크랩소시지가 처음 만나 만든 개굴개굴개구리 초기 버전이다. 뒤쪽에 넘어진 두 아이가 애처롭다. (사진=크랩소시지)

크랩소시지가 처음 만나 만든 개굴개굴개구리 초기 버전이다. 뒤쪽에 넘어진 두 아이가 애처롭다. (사진=크랩소시지)

개구리들이 원래는 총 다섯 마리였다고 들었어요. 한 마리를 뺀 이유가 있나요??

임성흠: 일단 처음에는 개구리 합창단을 다섯 마리로 기획했어요. 다섯 마리에서 네 마리로 된 건 기술적인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고요. 대야에다 개구리들을 띄웠는데 얘들이 너무 커서 다섯 마리까지는 안 들어가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한 마리는 빼서 후보로 갖고 있었어요. 페어 날 아이들이 직접 만지다 물이 들어가는 등 문제가 생기면 그 녀석은 건져내서 고치고 빈 대야에는 후보를 집어넣는 식으로 돌아가며 썼어요.

메이커 페어 서울 2018이 열린 이틀 동안 어떤 분들이 많이 좋아했나요?

임성흠: 아이들이 이렇게까지 몰두하며 좋아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진짜로요. (웃음) 우리가 올해에 처음 메이커 페어 서울이라는 행사에 참가했는데요. 그냥 가서 우리 작품을 보여줄 때 단 한두 분이라도 재미있게 봐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그 아이들의 부모님들이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와서 똑같이 하는 말씀이 아이들 목욕할 때 띄워놓으면 좋겠다고들 해줬어요. 기대 이상으로 아이들이 관심을 많이 줘서 참 인상이 깊었죠.

아이들이 첨벙첨벙하느라고 부모님이 가자고 해도 안 갈 정도였나요?

엄지: 부모님 손을 잡고 갔다가도 얼마 후에 다시 찾아오는 아이들이 많았어요. 직접 부모님을 데려와서 “엄마, 아빠, 해봐. 재미있어” 하는 아이도 있었고요. 이렇게 자꾸 왔다 갔다 하는 친구들도 있었고 어떤 자매는 처음부터 오랜 시간 쭉 있다가 가기도 했어요.

개굴개굴개구리 부스가 이틀 내내 문전성시를 이뤘다. (사진=크랩소시지)

개굴개굴개구리 부스가 이틀 내내 문전성시를 이뤘다. (사진=크랩소시지)

메이커 페어 서울 첫 참가라고 하셨는데, 혹시 이번 경험으로 얻은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임성흠: 저는 개인적으로 작품을 만들 때 보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을 많이 못 해봤어요. 그저 내가 이걸 이렇게 꾸면서 만들면 좋겠다는 식으로만 생각 했죠. 진짜 많은 분들이 관심 있게 봐주고 즐겨줘서 많이 경험하고 느꼈어요. 우리 부스에 찾아와 한 번이라도 참여해준 분들에게 감사하기도 했고요. 앞으로 내가 보여주고 싶은 사람들의 입장에서 조금 더 고민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엄지: 이하동문이에요. (웃음) 진짜 이틀 동안 힘들었는데 그럼에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받았어요. 당일에 처음 보는 분들인데도 메이커라는 주제 하나로 자유롭게 서로 만든 걸 가지고 얘기를 나누는 문화가 매우 좋았어요.

2018년이 몇 달 남지 않았는데 올해에 남은 계획이 있다면요?

임성흠: 우리가 전문 메이커가 아니라 취미로 작게 시작한 활동이기 때문에 아직 전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무엇인가 이뤄보겠다고 구체적인 방향을 잡지는 못했어요. 대신 내년 페어에 참가하면 어떤 작품을 만들면 좋을지 즐겁게 이야기해보고 있죠.
그래서 올해의 남은 기간 동안에는 개굴개굴개구리에 이어서 자연을 매개체로 삼을 수 있는 다른 작품이나 아이디어를 같이 구상해보려고 해요. 그러다 또 참여할 기회가 열린다면 그때부터는 작품을 구체적으로 설계하고 제작하는 데 시간을 쓰겠죠.

크랩소시지가 올해 개굴개굴개구리에 이어 내년에는 어떤 아이디어를 들고 다시 나타날까? (사진=크랩소시지)

크랩소시지가 올해 개굴개굴개구리에 이어 내년에는 어떤 아이디어를 들고 다시 나타날까? (사진=크랩소시지)